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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단편소설] 캐서린 맨스필드 "원유회(가든파티)"_즐거움을 망치려 하고 있어

제목이 너무 생소했다. 원유회. 옆에 괄호 속에 가든파티라고 적어 놓은 것을 보니 아마도 원유회는 가든파티의 중국글자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다. 야외에서 벌어지는 잔치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설의 시작은 바로 잔치 분위기를 알리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가든파티에 이만큼 어울리는 날씨는 없을 것이다. 바람도 없고 따뜻하며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 초여름에 이따금 보이는 금빛 안개가 옅게 끼어 있을 뿐이었다. 원유회는 영국의 소설가 캐서린 맨스필드(1888-1923)가 지은 단편소설로서 가든파티에 전해진 부고 소식을 듣고 음식을 들고 상갓집에 들른 로라의 이야기이다. 로라는 세상이 가진 편견과 틀에 익숙해지지 않은 젊은 아가씨이다. 그래서 그런지 ..

세계단편소설 2022.07.11

[한국단편소설] 함정임 "병신 손가락"_보여 주어야 할까?

소설 속 '내'가 병신 손가락을 갖게 된 사연과 남편에게 병신 손가락을 보여 주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야기. 손에 장애를 입게 된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 심각한 장애가 아니고 손톱 발달에 장애가 생겨 조금 부끄러운 정도이다. 한국 전쟁 이후에 가난하고 어려운 시기를 거친 우리나라 사람에게 흔하게 생길 수 있는 일을 다루고 있다. 생존 자체가 문제인데 안전이나 건강까지 챙기기에는 어려운 시기였다. 병이 들거나 상처가 생겼을 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서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는 다반사였기 때문에 함정임 작가의 "병신 손가락"은 20세기 중후반을 살았던 평범한 대한민국 사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좋았다. 평범한 이야기라서. 결혼하고 삼 개월이 지나도록 그는 ..

한국단편소설 2022.07.10

[한국단편소설] 황순원 "비바리"_황순원을 읽어야겠다

소설이란 한낱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하다가 소설을 폄하하던 나에게 거의 유일한 예외가 되었던 소설은 황순원의 "소나기"였다. 이유는 잘 몰랐다. 그냥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하기에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고 느꼈던 감정은 아름다운 예술품을 보고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끌리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소나기가 올 때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온 주인공들이 뛰어다니는 상상을 하곤 했다. 나이가 좀 들어서 '글'을 계속 읽어야 했고 '글'을 읽다 보니 소설의 가치를 발견했다. 좋은 소설을 읽고 싶었으나 찾기가 쉽지 않았다. 소설은 많고 그중에 특이한 소설은 많으나 좋은 소설로 느껴지는 소설은 별로 없었다. 20세기에 나온 한국 소설은 좀 피하고 싶었..

한국단편소설 2022.07.08

[철학하나] 플라톤의 동굴 비유_국가론 제 7권 "선의 이데아와 이상국가"

플라톤의 철학 이론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동굴 비유이다. 아마 플라톤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동굴 비유'를 한 번쯤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는 "국가론"의 제7권에 나온다. 국가론은 열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에 일곱 번째에서 동굴 비유가 등장한다. 국가론의 제7권은 다음과 같은 설명으로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선의 이데아에 이를 수 있는가? 선의 이데아가 무엇인지 설명한 소크라테스는, 연이어 그것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동굴의 비유는 사람이 인지하는 세계란 진짜 세계가 아니라 진짜 세계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비유로 주장하는 이론이다. 동굴의 비유를 철저하게 따지고 들면 문제로 삼을 만한 것이 많다. 플라톤의 이론이 보통 다 이런 식인데..

철학하나 2022.07.06

[세계단편소설] 막심 고리키 "2인조 도둑"_세게 땅바닥을 쳤다

막심 고리키(1868-1936)는 러시아의 소설가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가난한 성장기를 겪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선구자,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리키는 그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가난한 노동자 계층의 삶을 현실감 있게 다루었다. "2인조 도둑"은 가난한 두 명의 도둑의 삶을 그리고 있다. 두 명의 도둑, 우포바유시치와 플라시 노가는 자질구레한 것을 훔치거나 새를 잡아서 팔거나 나물을 뜯어서 파는 등 먹고살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궁핍했고 우포바유시치는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망아지를 훔쳐서 비싼 값에 팔기로 마음먹었다. 망아지를 훔쳐서 끌고 가던 중 망아지는 개울에 빠져서 놓쳐 버리고 두 사람은 계속 길을 가다가 우포..

세계단편소설 2022.07.04

[세계단편소설] 헨리크 시엔키에비치 "등대지기"_그를 깨운 것은?

등대지기가 되면 어떨까요? 등대지기가 등대를 켜고 끄는 일만 한다면 일 자체는 참 쉬운 일입니다. 정말 별일이 아니죠. 시간에 맞추어서 등대를 켜고 시간이 되면 등대를 끄기만 하면 될 일입니다. 만약 이 정도 일을 하고 적당한 급여를 받는다면 이것보다 더 쉬운 일을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홀로 지내야 한다면 어떨까요? 일의 강도를 생각하면, 그리고 바닷가에 갔던 좋은 기억을 떠올려 본다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직업일 수도 있습니다. 조용하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거대한 바다 한가운데에서 세상과 나를 잊고 내가 자연의 일부가 된 듯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경험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해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무에게나 기회가 오는 것..

세계단편소설 2022.06.30

[세계단편소설] 토마스 만 "묘지로 가는 길"_말이 터졌다

토마스 만(1875~1955)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입니다. 독일 북부 뤼베크에서 태어난 토마스 만은 20세기 최고의 독일 작가로 추앙받는 사람입니다.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이라는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는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에 두 권으로 나누어져 나와 있는데 읽어 보진 못했습니다. "묘지로 가는 길"은 주인공인 피프삼이 가족들이 묻혀 있는 묘지로 가는 길에 생긴 일을 서술한 작품입니다. 사실 아무 일 없이 갈 수도 있었는데 피프삼은 자신이 가고 있는 길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 청년에게 시비를 겁니다. 이 길은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길이라고 고발하겠다고 하죠. 그러나 청년은 대충 무시하고 지나갑니다. 그러자 피프삼은 뒤따라가서 안장을 잡습니다. 청년은 피프삼의 가슴을 주먹으로 가격한 ..

세계단편소설 2022.06.29

[세계단편소설] 프란츠 카프카 "변신"_슬퍼하는 이가 없어서 슬프다

카프카는 대표적인 실존주의 소설가이다. 솔직히 실존주의라는 범주가 너무 넓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존주의라고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실존주의 작가라고 하니 그대로 받아들여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실존주의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 이런 게 실존주의구나'라고 알게 될 수도 있는 소설이다. 카프카는 1883년에 태어나서 1924년에 죽었다. 독일 사람이고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는데 재학 중에 소설가로 변신했다. 부유한 유대 상인이었지만 독일 사람이기도 했던 카프카는 아버지와의 사이도 좋지 않아서 여러 가지로 불안과 소외를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불안과 소외가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아마도 그의 삶 자체가 실존주의의 삶이었다고 해도 과언..

세계단편소설 2022.06.28

[신학노트] 하나님의 형상_밀리오리 "기독교 조직신학 개론"

다니엘 밀리오리 "기독교조직신학 개론" p.253-257 다니엘 밀리오리의 은 조직신학의 입문서로 널리 사용되는 책입니다. 밀리오리는 조직신학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서 단순히 신학적 내용을 정리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사람들이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B, C라는 이론만 제시하면 그것을 공부하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당황스럽거든요. 어디로 가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밀리오리는 자신이 추천하는 방향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밀리오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다섯 가지로 설명합니다. 1.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신체가 하나님과 닮아 있다. 2. 하나님의 형상은 인간의 이성 안에 존재한다. 3. 하나님..

신학자의 노트 2022.06.27

[세계단편소설] 헤르만 헤세 "나비"_가루가 된 나비

헤르만 헤세가 쓴 "나비"는 나비 수집하는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쓴 소설이라서 주인공이 '나'입니다. 헤르만 헤세가 쓴 장편 소설은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이 소설은 아주 그렇지 않습니다. 형이상학적인 내용이나 뜬구름 잡는 대화 없이 일어난 일을 묘사하고 주인공의 기분이나 감정도 직접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분명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기억이 났습니다. * 한 줄 줄거리 나비 채집을 좋아했던 나는 에밀의 점박이 나비를 탐내서 그것을 훔쳤다가 결국 되돌려 놓고 고백했지만 에밀에게 상처를 받고 나비 채집이라는 취미를 그만둔다. 소설 속 나는 에밀이 채집한 점박이 나비를 탐냈습니다. 그런데 나는 에밀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죠. 왜냐하면 에밀은 나비를..

세계단편소설 2022.06.21

[한국단편소설] 김소진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1997)_어른이 된다는 것

제목이 판타지 소설 같습니다. 눈 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를 발견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거나 항아리의 요정이 나오지 않을까 예측하며 글을 읽었지만 전혀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김소진 작가의 "눈 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에서 화자인 '나'는 어린 시절 항아리를 깬 사건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추억이 그리 대단한 추억이 아닙니다. 눈이 쌓여 있던 겨울 어느 날 새벽에 오줌을 누러 갔다가 나오는 중 눈 밑에 있던 빠루를 밟아서 짠지 단지를 깬 이야기입니다. 어렸을 때 항아리 같은 것 안 깨 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어린아이에게는 큰 사건이죠. 소설 속 나는 깨진 항아리를 숨기기 위해서 눈사람을 만들고 그 안에 검은 항아리를 숨깁니다. 여기까지는 별다른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눈사람을 만들어서..

한국단편소설 2022.06.16

[세계단편소설] 에드거 앨런 포 "검은 고양이"_인간에겐 탈출구가 없다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미국 보스턴 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마흔 살에 유명을 달리했으니 정말 이른 나이였습니다. 19세기 미국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몇 살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마흔 살은 훨씬 넘을 것입니다. 마흔 살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은 그가 병약한 사람이었거나 아니면 사고를 당했거나 아니면 불행한 삶을 살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는 가난한 삶을 살았고 알코올 중독자였고 마약도 했고 우울증과 신경 쇠약으로 고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인 '나'는 에드러 앨런 포 자신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 한 줄 줄거리 검은 고양이의 플루토의 복수로 인해 '나'는 아내를 죽인 죄가 발각되어 구속되었고 사형 ..

세계단편소설 2022.06.14

[한국단편소설] 박완서 "자전거 도둑" (1979)_누가 좀 말려줘!

1979년에 처음 발표된 박완서 작가의 "자전거 도둑"은 시대 배경이 지금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릅니다. 1970년 대면 우리나라가 전후 복구 이후에 산업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던 시기입니다. 도시에 사람들이 모이고 더불어서 여러 가지 산업이 급격하게 발전하던 시기이지요. 사회가 급변하는 시기에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도 있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뒤처지는 사람도 있게 마련입니다. 이 소설은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온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년은 전기용품 도매상에서 일하면서 공부도 하면서 성공을 꿈꾸는 소년입니다. 이 소년이 자전거 도둑으로 몰리는 이야기인데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이 소년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자전거를 훔치게 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는 소설입니..

한국단편소설 2022.06.13

[한국단편소설] 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2000)_예언자 황만근

성석제 작가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2000년에 동서문학에 발표된 소설입니다. 황만근 실종 사건을 다루고 있는 소설입니다. "황만근이 없어졌다"는 첫 문장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결국 황만근은 죽어서 돌아오지만 그 사실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이 소설은 황만근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말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누가 정말 잘 살았는지 판단해 보라고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물론 작가는 황만근의 삶을 지지하죠.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소설 제목을 연상하게 하는 제목입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예언자라고 할 수 있죠. 묘한 말을 하는데, 잘 생각해보면 참 맞는 말을 하는 사람이 바로 짜라투스트라입니다. 마찬가지로 황만근도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지만 진리를 ..

한국단편소설 2022.06.10

[책] 유진 피터슨 "그 길을 걸으라"_영성이란 무엇인가?

"그 길을 걸으라"는 유진 피터슨이 쓴 영성 시리즈의 책 중 세 번째 책입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제1부는 "예수님의 길"이고 제2부는 "다른 길들"입니다. 1부에서는 예수를 비롯한 성경 속 위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설명하고 있고 2부에서는 신앙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걸은 세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총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제1부는 7개의 장, 제2부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의 제목이 "예수님의 길"이지만 예수의 삶에 대한 설명은 1장에서만 다루고 있고 나머지 장은 아브라함, 모세, 다윗, 엘리야, 이사야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분량으로 보면 두 장에 걸쳐 다루고 있는 이사야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수는 제사장보다는 예언..

이 책 어때? 2022.06.09

[한국단편소설] 임철우 "사평역"_희미하게 남은 웃음 한 조각

"사평역"은 1983년에 발표된 단편소설입니다. 사평역에서 서울 가는 마지막 완행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사평역은 시골에 있는 작은 간이역입니다. 사람들은 막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심각하게 연착이 된 상황이었습니다. 시골 간이역에서 서울 가는 완행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사연이 이 소설을 구성하는 주요한 이야기입니다. 대단한 이야기나 즐거운 사건 같은 것은 없고 모두가 아픈 사연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 지점이 없어서 그냥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고 읽어나가면 되는 소설입니다. 임철우 작가의 "사평역"은 곽재구의 "사평역에서"라는 시를 읽고 거기에 착안해서 쓴 소설이라고 합니다. 소설은 곽재구의 "사평역에서"라는 시로 시작합..

한국단편소설 2022.06.06

[시]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_박용재_"나는 살고 있는가?"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저는 요새 하도 딱딱한 글을 많이 읽어서 감성이 메말라가고 더불어서 삶 자체도 마르고 있는 것 같아서 말랑말랑한 시를 읽고 싶었습니다. 박용재 시인의 "사람은 사랑한..

시그리고시 2022.04.22

[세계단편소설] 에드거 앨런 포 "도둑맞은 편지"_무의식은 타자의 욕망이다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매우 독특한 소설가입니다. 미국 소설가 중 처음으로 유명해진 사람이라고 하는데, 살아 있을 당시에는 별다른 명성을 얻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소설은 다른 소설과는 참 달랐거든요. 그의 대표 소설 중 하나가 "검은 고양이"라는 소설인데 마치 괴담이나 무서운 이야기 같은 소설입니다. 개연성이 없는 듯한, 달리 말하면 그럴듯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에는 외면받았을 것 같습니다. "도둑맞은 편지"도 매우 독특한 형태의 소설입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랬다는 것입니다. 추리소설의 효시격인 소설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셜록 홈스 이야기나 다른 추리 소설들이 나타나기 전에 에드거 알렌 포가 이런 소설을 쓴 것입니다. * 첫문장 18xx년 가..

세계단편소설 2022.03.28

[책]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_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함께 고민하는 것까지

이미 오래전에 우리나라에서 100만 부가 넘게 팔리고 교양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봐야 하는 책으로 여겨질 수 있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저는 2022년 2월에야 읽었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저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팔리기 위한 책을 만들기 위해서 과도한 양념을 집어넣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집어넣거나 아니면 깊이가 너무 없게 쓴 수없이 많은 베스트셀러를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그래서 별로 읽고 싶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대중을 대상으로 쓴 책은 학문적 깊이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의'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별 내용이 없었다고 실망하는 서평도 본 적이 있어서 '그러면 그렇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갑자기 읽게 된..

이 책 어때? 2022.02.17

[한국단편소설] 박완서 "친절한 복희씨"_친절은 진작 끝났어야 했는데...

친절한 복희 씨라는 제목을 보고 유쾌한 이야기를 기대했다. 친절한 사람이라면 분명히 친절을 베풀 것이고 그것이 내가 직접 받는 친절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친절한 행동을 보거나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저절로 흐뭇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친절은 아무나 베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거나 사랑을 많이 받아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친절한 자세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친절한 복희 씨는 재밌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예상은 첫 문장부터 빗나갔다. 그는 멍한 눈으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멍한 눈의 주인공은 소설 속 복희 씨의 남편이다. 멍한 눈의 남자는 중풍에 걸려서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고, 이 남자를 돌보고 있는 사람은 복희 씨이다. 처음..

한국단편소설 2022.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