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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다나베 세이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_우린 죽은 거야

다나베 세이코가 쓴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는 같은 이름의 영화 때문에 잘 알려진 책이다. 그 전에도 다나베 세이코는 유명한 작가였다고 한다. 나는 몰랐지만... 하긴 일본 작가 중에 아는 작가가 거의 없는 것 같다. 1928년에 태어난 다나베 세이코는 많은 작품을 썼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유명한 문학상도 많이 받았고 후배 작가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작가로 일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작가의 수상 경력이 화려해서 이 책을 읽어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를 보고 원작은 어떨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내가 영화를 보고 원작을 찾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너무 강렬했다. 처음에는 영화에 원작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냥 참 대..

이 책 어때? 2022.07.29

[책] 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_의미와 소리를 결합한다

이 책은 노암 촘스키가 쓴 인간론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전에 읽으려고 빌렸다가 초반 부분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어서 한꺼번에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는데 다시 빌려서 보았다. 중간에 그만두었던 이유는 언어학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데 영어를 예로 들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잘 와닿지 않았고 왜 이것을 설명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언어란 무엇인가? 2. 우리는 무엇을 이해할 수 있는가? 3. 공공선이란 무엇인가? 4. 자연의 신비: 얼마나 깊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1장과 4장이 흥미로웠고 3장은 왜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좀 따로 노는 장이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촘스키의 답변은 명료하다. 인간은 언어를 가진 ..

이 책 어때? 2022.07.26

[책] 아빠의 첫 돈 공부_돈을 노예로 삼아라

경제, 특별히 돈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돈 공부'를 위해서 읽어본 책. 사실은 유명한 책을 읽어 보려고 했다. '부자 아빠'로 시작하는 책이었는데 찾아보니 이미 대출 중이어서 무작정 도서관에 갔다. 비슷한 책이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가서 찾아보니 정말 비슷한 책이 많았다. 동네 앞 작은 도서관에 돈에 관한 책이 많아서 놀랐다. 그만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많이 보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주 깔끔한 디자인에 시원시원한 줄 간격, 그리고 어렵지 않게 쓴 내용 덕분에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중간중간에 들어가 있는 돈 자랑이나 자기 자랑도 좋은 양념이 되었다. 중간에 삽화도 들어가고 단색 인쇄가 아닌 칼라 인쇄였다. 한마디로 책을 만드는 데 돈이 좀 들어간 책이다. 제목이..

이 책 어때? 2022.07.25

[한국단편소설] 박경리 "불신시대"_한 발자국 더 가까이

박경리의 "토지"를 읽어보고 싶으나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열두 권짜리 장편 소설. 아직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렇게 긴 이야기가 필요할까? 그래도 다들 추천을 하는 명작이라서 읽어보고 싶기는 한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시작하면 과연 끝을 낼 수 있을까? 남들이 다 좋다고 해도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열두 권을 읽으려면 열심히 읽어도 한 달은 걸릴 텐데, 그 정도 가치가 있을까? 좋은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의미를 전달해 준다는 보장은 없다. 어떤 면에서 좋다는 것이지 그 안에 흐르고 있는 사상과 철학이 나에게 도움을 줄까? 여러 가지 의문과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토지"는 "죽기 전에 읽어야 할 텐데 읽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을 가진 책 목록의 1번 책이다. 그래서 박경리의 ..

한국단편소설 2022.07.21

[세계단편소설] 알퐁스 도데 "산문으로 쓴 환상시"_왕자란 아무것도 아니군요

단편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동화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환상시라니까 '시'인지도 모르겠다. '시'라고 한 것을 보면 아마도 천천히 읽으면서 음미하라는 작가의 의도가 있지 않나 싶다. 알퐁스 도데의 "산문으로 쓴 환상시"는 두 개의 작품이 하나로 묶여 있다. 하나는 "왕자의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숲 속의 군수님"이다. 그리고 두 작품을 시작하기 전 알퐁스 도데는 서문을 썼다. 서문을 보면 아마도 매우 추운 날에 밖에 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놀면 뭐하나 하는 마음으로 두 개의 작품을 얼른 쓴 것 같다. "왕자의 죽음"은 어린 왕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사람은 없지만 어린 왕자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왕자는 마치 연극 배우처럼 말을 한다. 죽음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

세계단편소설 2022.07.16

[한국단편소설] 황순원 "독 짓는 늙은이"_독을 품었던 늙은이

황순원 작가의 "독 짓는 늙은이"는 말할 것도 없이 수작이다. 정말 뛰어난 작품이지만 읽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일단 너무 슬프다. 이렇게 아픈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발생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희망을 품기도 어렵다. 독 짓는 늙은이인 송 영감은 아마도 곧 죽을 것이기 때문에. 슬픈 일만 잔뜩 생기다가 송 영감이 죽는 이야기인데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1950년 2월에 발표된 이 작품은 발표된 시기마저 슬프다. 조금 있으면 한국 전쟁이 터질 것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른 채 "독 짓는 늙은이"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 제목을 들었을 때 여기서 말하는 '독'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독 poison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늙은이는 누군가를 독살하기 위해서 ..

한국단편소설 2022.07.14

[한국단편소설] 황순원 "학"_덕재를 죽이라고?

1953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1953년이면 짐작이 가는 내용이기는 한데 과연 그 짐작이 맞을지 궁금해하면서 읽었다. 제목이 "학"이기 때문에 분명히 학과 관련이 있는 내용일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삼팔 접경의 이 북쪽 마을은 드높이 개인 가을 하늘 아래 한껏 고즈넉했다. 주인 없는 집 봉당에 흰 박통만이 흰 박통을 의지하고 굴러 있었다. 임시 치안대 사무소에 이르러 포승에 묶인 청년을 발견하는 성삼이. 가까이 가 얼굴을 확인한 성삼이는 깜짝 놀란다. 어렸을 때 단짝 동무인 덕재가 아닌가. 덕재를 자신이 데리고 가겠다고 나서는 성삼이. 성삼이를 데리고 가는 길에 그와 함께 했던 추억에 젖어든다. 덕재는 사람을 괴롭히고 죽일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성삼이는 덕재에게 묻는다. "이 자식아, 그동안 사람..

한국단편소설 2022.07.13

[세계단편소설] 캐서린 맨스필드 "원유회(가든파티)"_즐거움을 망치려 하고 있어

제목이 너무 생소했다. 원유회. 옆에 괄호 속에 가든파티라고 적어 놓은 것을 보니 아마도 원유회는 가든파티의 중국글자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다. 야외에서 벌어지는 잔치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설의 시작은 바로 잔치 분위기를 알리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가든파티에 이만큼 어울리는 날씨는 없을 것이다. 바람도 없고 따뜻하며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 초여름에 이따금 보이는 금빛 안개가 옅게 끼어 있을 뿐이었다. 원유회는 영국의 소설가 캐서린 맨스필드(1888-1923)가 지은 단편소설로서 가든파티에 전해진 부고 소식을 듣고 음식을 들고 상갓집에 들른 로라의 이야기이다. 로라는 세상이 가진 편견과 틀에 익숙해지지 않은 젊은 아가씨이다. 그래서 그런지 ..

세계단편소설 2022.07.11

[한국단편소설] 함정임 "병신 손가락"_보여 주어야 할까?

소설 속 '내'가 병신 손가락을 갖게 된 사연과 남편에게 병신 손가락을 보여 주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야기. 손에 장애를 입게 된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 심각한 장애가 아니고 손톱 발달에 장애가 생겨 조금 부끄러운 정도이다. 한국 전쟁 이후에 가난하고 어려운 시기를 거친 우리나라 사람에게 흔하게 생길 수 있는 일을 다루고 있다. 생존 자체가 문제인데 안전이나 건강까지 챙기기에는 어려운 시기였다. 병이 들거나 상처가 생겼을 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서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는 다반사였기 때문에 함정임 작가의 "병신 손가락"은 20세기 중후반을 살았던 평범한 대한민국 사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좋았다. 평범한 이야기라서. 결혼하고 삼 개월이 지나도록 그는 ..

한국단편소설 2022.07.10

[한국단편소설] 황순원 "비바리"_황순원을 읽어야겠다

소설이란 한낱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하다가 소설을 폄하하던 나에게 거의 유일한 예외가 되었던 소설은 황순원의 "소나기"였다. 이유는 잘 몰랐다. 그냥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하기에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고 느꼈던 감정은 아름다운 예술품을 보고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끌리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소나기가 올 때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온 주인공들이 뛰어다니는 상상을 하곤 했다. 나이가 좀 들어서 '글'을 계속 읽어야 했고 '글'을 읽다 보니 소설의 가치를 발견했다. 좋은 소설을 읽고 싶었으나 찾기가 쉽지 않았다. 소설은 많고 그중에 특이한 소설은 많으나 좋은 소설로 느껴지는 소설은 별로 없었다. 20세기에 나온 한국 소설은 좀 피하고 싶었..

한국단편소설 2022.07.08

[철학하나] 플라톤의 동굴 비유_국가론 제 7권 "선의 이데아와 이상국가"

플라톤의 철학 이론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동굴 비유이다. 아마 플라톤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동굴 비유'를 한 번쯤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는 "국가론"의 제7권에 나온다. 국가론은 열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에 일곱 번째에서 동굴 비유가 등장한다. 국가론의 제7권은 다음과 같은 설명으로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선의 이데아에 이를 수 있는가? 선의 이데아가 무엇인지 설명한 소크라테스는, 연이어 그것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동굴의 비유는 사람이 인지하는 세계란 진짜 세계가 아니라 진짜 세계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비유로 주장하는 이론이다. 동굴의 비유를 철저하게 따지고 들면 문제로 삼을 만한 것이 많다. 플라톤의 이론이 보통 다 이런 식인데..

철학하나 2022.07.06

[세계단편소설] 막심 고리키 "2인조 도둑"_세게 땅바닥을 쳤다

막심 고리키(1868-1936)는 러시아의 소설가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가난한 성장기를 겪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선구자,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리키는 그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가난한 노동자 계층의 삶을 현실감 있게 다루었다. "2인조 도둑"은 가난한 두 명의 도둑의 삶을 그리고 있다. 두 명의 도둑, 우포바유시치와 플라시 노가는 자질구레한 것을 훔치거나 새를 잡아서 팔거나 나물을 뜯어서 파는 등 먹고살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궁핍했고 우포바유시치는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망아지를 훔쳐서 비싼 값에 팔기로 마음먹었다. 망아지를 훔쳐서 끌고 가던 중 망아지는 개울에 빠져서 놓쳐 버리고 두 사람은 계속 길을 가다가 우포..

세계단편소설 2022.07.04

[세계단편소설] 헨리크 시엔키에비치 "등대지기"_그를 깨운 것은?

등대지기가 되면 어떨까요? 등대지기가 등대를 켜고 끄는 일만 한다면 일 자체는 참 쉬운 일입니다. 정말 별일이 아니죠. 시간에 맞추어서 등대를 켜고 시간이 되면 등대를 끄기만 하면 될 일입니다. 만약 이 정도 일을 하고 적당한 급여를 받는다면 이것보다 더 쉬운 일을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홀로 지내야 한다면 어떨까요? 일의 강도를 생각하면, 그리고 바닷가에 갔던 좋은 기억을 떠올려 본다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직업일 수도 있습니다. 조용하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거대한 바다 한가운데에서 세상과 나를 잊고 내가 자연의 일부가 된 듯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경험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해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무에게나 기회가 오는 것..

세계단편소설 2022.06.30

[세계단편소설] 토마스 만 "묘지로 가는 길"_말이 터졌다

토마스 만(1875~1955)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입니다. 독일 북부 뤼베크에서 태어난 토마스 만은 20세기 최고의 독일 작가로 추앙받는 사람입니다.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이라는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는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에 두 권으로 나누어져 나와 있는데 읽어 보진 못했습니다. "묘지로 가는 길"은 주인공인 피프삼이 가족들이 묻혀 있는 묘지로 가는 길에 생긴 일을 서술한 작품입니다. 사실 아무 일 없이 갈 수도 있었는데 피프삼은 자신이 가고 있는 길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 청년에게 시비를 겁니다. 이 길은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길이라고 고발하겠다고 하죠. 그러나 청년은 대충 무시하고 지나갑니다. 그러자 피프삼은 뒤따라가서 안장을 잡습니다. 청년은 피프삼의 가슴을 주먹으로 가격한 ..

세계단편소설 2022.06.29

[세계단편소설] 프란츠 카프카 "변신"_슬퍼하는 이가 없어서 슬프다

카프카는 대표적인 실존주의 소설가이다. 솔직히 실존주의라는 범주가 너무 넓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존주의라고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실존주의 작가라고 하니 그대로 받아들여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실존주의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 이런 게 실존주의구나'라고 알게 될 수도 있는 소설이다. 카프카는 1883년에 태어나서 1924년에 죽었다. 독일 사람이고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는데 재학 중에 소설가로 변신했다. 부유한 유대 상인이었지만 독일 사람이기도 했던 카프카는 아버지와의 사이도 좋지 않아서 여러 가지로 불안과 소외를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불안과 소외가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아마도 그의 삶 자체가 실존주의의 삶이었다고 해도 과언..

세계단편소설 2022.06.28

[신학노트] 하나님의 형상_밀리오리 "기독교 조직신학 개론"

다니엘 밀리오리 "기독교조직신학 개론" p.253-257 다니엘 밀리오리의 은 조직신학의 입문서로 널리 사용되는 책입니다. 밀리오리는 조직신학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서 단순히 신학적 내용을 정리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사람들이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B, C라는 이론만 제시하면 그것을 공부하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당황스럽거든요. 어디로 가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밀리오리는 자신이 추천하는 방향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밀리오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다섯 가지로 설명합니다. 1.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신체가 하나님과 닮아 있다. 2. 하나님의 형상은 인간의 이성 안에 존재한다. 3. 하나님..

신학자의 노트 2022.06.27

[세계단편소설] 헤르만 헤세 "나비"_가루가 된 나비

헤르만 헤세가 쓴 "나비"는 나비 수집하는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쓴 소설이라서 주인공이 '나'입니다. 헤르만 헤세가 쓴 장편 소설은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이 소설은 아주 그렇지 않습니다. 형이상학적인 내용이나 뜬구름 잡는 대화 없이 일어난 일을 묘사하고 주인공의 기분이나 감정도 직접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분명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기억이 났습니다. * 한 줄 줄거리 나비 채집을 좋아했던 나는 에밀의 점박이 나비를 탐내서 그것을 훔쳤다가 결국 되돌려 놓고 고백했지만 에밀에게 상처를 받고 나비 채집이라는 취미를 그만둔다. 소설 속 나는 에밀이 채집한 점박이 나비를 탐냈습니다. 그런데 나는 에밀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죠. 왜냐하면 에밀은 나비를..

세계단편소설 2022.06.21

[한국단편소설] 김소진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1997)_어른이 된다는 것

제목이 판타지 소설 같습니다. 눈 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를 발견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거나 항아리의 요정이 나오지 않을까 예측하며 글을 읽었지만 전혀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김소진 작가의 "눈 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에서 화자인 '나'는 어린 시절 항아리를 깬 사건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추억이 그리 대단한 추억이 아닙니다. 눈이 쌓여 있던 겨울 어느 날 새벽에 오줌을 누러 갔다가 나오는 중 눈 밑에 있던 빠루를 밟아서 짠지 단지를 깬 이야기입니다. 어렸을 때 항아리 같은 것 안 깨 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어린아이에게는 큰 사건이죠. 소설 속 나는 깨진 항아리를 숨기기 위해서 눈사람을 만들고 그 안에 검은 항아리를 숨깁니다. 여기까지는 별다른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눈사람을 만들어서..

한국단편소설 2022.06.16

[세계단편소설] 에드거 앨런 포 "검은 고양이"_인간에겐 탈출구가 없다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미국 보스턴 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마흔 살에 유명을 달리했으니 정말 이른 나이였습니다. 19세기 미국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몇 살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마흔 살은 훨씬 넘을 것입니다. 마흔 살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은 그가 병약한 사람이었거나 아니면 사고를 당했거나 아니면 불행한 삶을 살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는 가난한 삶을 살았고 알코올 중독자였고 마약도 했고 우울증과 신경 쇠약으로 고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인 '나'는 에드러 앨런 포 자신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 한 줄 줄거리 검은 고양이의 플루토의 복수로 인해 '나'는 아내를 죽인 죄가 발각되어 구속되었고 사형 ..

세계단편소설 2022.06.14

[한국단편소설] 박완서 "자전거 도둑" (1979)_누가 좀 말려줘!

1979년에 처음 발표된 박완서 작가의 "자전거 도둑"은 시대 배경이 지금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릅니다. 1970년 대면 우리나라가 전후 복구 이후에 산업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던 시기입니다. 도시에 사람들이 모이고 더불어서 여러 가지 산업이 급격하게 발전하던 시기이지요. 사회가 급변하는 시기에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도 있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뒤처지는 사람도 있게 마련입니다. 이 소설은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온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년은 전기용품 도매상에서 일하면서 공부도 하면서 성공을 꿈꾸는 소년입니다. 이 소년이 자전거 도둑으로 몰리는 이야기인데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이 소년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자전거를 훔치게 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는 소설입니..

한국단편소설 2022.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