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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작고 귀엽지만 내용은 알차네_칸트 "영구 평화론"

칸트의 철학은 쉽지 않습니다. 대체로 철학책은 다 쉽지 않죠. 칸트가 워낙 유명하니까 철학에 손을 댈 때 칸트가 쓴 책을 읽어 볼 생각을 많이들 하는데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순수이성비판 같은 책을 읽다 보면 '역시 철학은 어렵구나' 생각하면서 멀리하게 되죠. 계속 철학을 공부하면 칸트보다는 다른 철학자들에 집중하기가 쉽죠. 아무래도 18세기 철학자보다는 현대 철학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될 때가 많고 현대 철학자는 과거의 철학을 섭렵하면서 이야기하니까 굳이 옛날 철학자들을 읽어야 하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딱 그런 경우여서 칸트와는 친해질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초반에는 이해하기 힘들어서 먼 느낌이었고 나중에는 다른 철학자들에게 관심을 갖다 보니 칸트의 책을 공들여서 읽을 시간이 없었습..

이 책 어때? 2021.10.27

[소설_그2] 박완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_맨밥과 같은 소설

박완서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박완서의 "그 시리즈" 세 권 중 두 번째 책입니다. 박완서의 자전소설은 모두 세 권의 책으로 나왔습니다. 그중에 첫 번째 책이 박완서의 유년 시절에서 시작하여 한국전쟁이 터져서 피난을 갈 때까지 경험을 담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이고 두 번째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역시 '그'로 시작합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박완서가 한국 전쟁에서 겪은 일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책이 "그 남자네 집"입니다. "그 남자네 집"은 박완서의 첫사랑 이야기입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의 후반부에 보면 그 남자 이야기가 조금 나옵니다. 저는 1권을 제일 먼저 읽었고 그다음 3권을 읽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2권을 ..

이 책 어때? 2021.10.01

그림자들의 엄마, 오필리아_미하엘 엔데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저희 집에 몇 년 전부터 굴러다니면서 제 눈에 밟히는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제목은 "모모"이고 누가 쓴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내가 재미있다고 해서 '저 책 한번 읽어 봐야지'라고 늘 생각했지만 읽지는 않았던 책입니다. 그런데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을 읽고 나서는 확실하게 결심을 했습니다. "모모"를 꼭 읽어 봐야겠다고 말이죠.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의 작가는 미하엘 엔데입니다. 책 뒷부분에 작가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는데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고 대표작으로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가 있다고 알려 주고 있습니다.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을 읽고 나서 "모모"를 꼭 읽어 봐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미하엘 엔데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위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

이 책 어때? 2021.07.31

[R2021-6] 우리는 더 이상 고도를 기다리지 않는다_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 [R2021-6] 2021년 독서모임 여섯 번째 책 * 사뮈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이 글은 소설이 아니라 연극 극본입니다. 글을 읽는 내내 연극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극본을 읽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별다른 설명 없이 사람들의 대화가 막 이어지니까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헷갈리고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만약 연극으로 본다면 누가 누군지는 정확히 구분이 될 것 같았습니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라는 두 주인공의 이름도 낯설어서 인물 구분하는 것부터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이 극본으로 연출된 연극은 부조리 연극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좋은 말로 그렇게 부르는 것이고요. 무척 정신이 없는 극본입니다. 그래서 잘 이해가..

이 책 어때? 2021.06.25

[JP] 라이너 마리아 릴케_예수의 지옥길

예수의 지옥길 수난을 뒤로하고 마침내 그의 존재는 고통의 끔찍한 육체에서 벗어났다. 위에 있는 하늘. 그를 풀어놓았다. 그리고 어두움은 홀로 두려워했으며 박쥐들을 창백한 빛의 세계로 내몰았다,--저녁에는 그 파닥거리는 소리 안에서 얼음 같은 고통에 부딪칠까 두려움이 아직도 흔들린다. 불안한 어두운 공기는 시체에 용기를 잃었으며; 그리고 깨어난 강한 밤짐승들은 둔중함과 불쾌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자유로워진 그의 정신은 아마 자연의 풍경 속에서 행동하지 않고 그냥 자리만 잡고 있고자 했다. 왜냐하면 그의 수난의 사건은 아직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사물의 밤이 현존함은 안정되어 보였다 그리고 슬픈 공간처럼 그는 그 위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상처의 갈증에 메마른 대지, 그러나 대지는 갈라졌으며, 나락에서..

시그리고시 2021.06.08

[성화설교] 반드시 기다리십시오_시편 130편

* 2021년 6월 6일 분당성화감리교회에서 설교한 내용입니다. (시 130, 개정) 『[1] 여호와여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 [2] 주여 내 소리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소서 [3] 여호와여 주께서 죄악을 지켜보실진대 주여 누가 서리이까 [4] 그러나 사유하심이 주께 있음은 주를 경외하게 하심이니이다 [5] 나 곧 내 영혼은 여호와를 기다리며 나는 주의 말씀을 바라는도다 [6]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내 영혼이 주를 더 기다리나니 참으로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더하도다 [7] 이스라엘아 여호와를 바랄지어다 여호와께서는 인자하심과 풍성한 속량이 있음이라 [8] 그가 이스라엘을 그의 모든 죄악에서 속량하시리로다』 인사 반갑습니다.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하나님의 ..

짧은 설교 2021.06.08

[신학노트] 현대 물리학과 신학의 관계_하이젠베르크 "물리와 철학" 11장을 기반으로

베르너 카를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 1901-1976)는 불확정성의 원리로 유명한 양자 물리학자입니다. 1932년에 양자물리학의 창시 등의 공을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 우라늄 계획의 실질적 지도자가 되었는데 그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원자폭탄 생산이 어렵다고 밝혀서 나치는 원자폭탄 개발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전후에도 계속 독일에 머무르면서 1946년부터 1970년까지 막스 플랑크 천체물리학 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습니다. 1957년에는 독일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이젠베르크는 "물리와 철학"이라는 얇은 책을 썼습니다. 이 외에도 저서가 몇 권 더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물리와 철학의 관계를 설명하고 ..

신학자의 노트 2021.06.01

[신학노트] 혼돈의 카오스_존 호트 "과학과 종교, 상생의 길을 가다" 7장을 기반으로

* 존 호트가 쓴 "과학과 종교, 상생의 길을 가다" Science & Religion의 7장 내용을 기반으로 카오스의 신학적 의미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혼돈의 카오스'는 같은 단어의 반복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물론 혼돈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는 카오스이지만 과학에서 말하는 카오스는 좀 특별합니다. 단순한 무질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무질서 속에서 나타나는 질서를 발견하고 그것을 카오스라고 불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카오스는 무질서 같은 질서, 혹은 질서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무질서를 의미합니다. 과학자들이 카오스 이론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성이고 다른 하나는 혼돈 속에서 나타나는 질서입니다.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성은 나..

신학자의 노트 2021.05.26

[R2021-5] 열정, 다시 갖고 싶다_산도르 마라이 "열정"

* 2021년 5월 30일 분당성화교회 청년부 독서 모임 다섯 번째 책으로 함께 읽었습니다. * Reading 2021-다섯 번째 책 산도르 마라이는 헝가리 사람입니다. 헝가리 출신 작가도 많을 텐데, 제가 알고 있는 헝가리 작가는 산도르 마라이가 유일합니다. 헝가리어로 쓰인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사람들이 읽게 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죠. 헝가리 소설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을 가능성이 충분한 좋은 작품이라는 뜻입니다. 산도르 마라이는 1900년에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신문방송학을 공부했고 잡지와 신문에 기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파리에 머물면서 좋은 시를 헝가리어로 번역하는 일도 했습니다. 그의 선조는 독일 사람이었지만 19세기 헝가리 독립..

이 책 어때? 2021.05.22

인생도 열정도 진실도 건강에 해롭다_산도르 마라이 "열정"

* 2003년 12월 10일에 작성했던 서평 ** 나는 이토록 진지하게 글을 썼구나. ㅎㅎ 인생이란 어린 시절 읽던 동화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인생은 완전한 희극도 완전한 비극도 아니다. 그저 수많은 희극적 비극적 요소가 결합되어 이해하기 힘든 모양을 가지고 있다. '그 후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결말로도 '주인공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라는 결말로도 우리 삶의 여정을 매듭짓기는 쉽지 않다. 삶은 수많은 갈등과 문제의 연속이다. 문제의 성공적인 해결로 행복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처절한 실패를 맛보기도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도 혹은 더 큰 실패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성공도 실패도 아닌 갈등과 문제 자체로 우리 인생에 쌓여 있는 것들도 많이 있다. 한 마디로 인생은..

이 책 어때? 2021.05.20

[R2021-2] 괜찮다는 말이 참 괜찮네_장영희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2021년 2월 28일 분당성화교회 청년부 독서 모임 두 번째 책으로 함께 읽었습니다. * Reading 2021-두 번째 책 * 첫 번째 책은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였습니다. 장영희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예쁜 에세이집이다. 잡지에 기고한 짧은 수필을 모아서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아주 전형적인 수필집이다. 어렵지 않게 쉬운 글로 쓰였고 심각하고 복잡하지 않아서 꼭꼭 씹어 먹을 필요 없이 가볍게 소화할 수 있는 책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건강 샌드위치와 같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작가가 자신에 대해서 그다지 능력이 없는 것처럼 말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장영희 교수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연구실적을 냈는지 잘은..

이 책 어때? 2021.05.12

반증주의란 무엇인가?_칼 포퍼

증거가 많으면 진리다? 20세기 초반에 칼 포퍼(1902-1994)는 반증주의라는 것을 주장했습니다. 포퍼는 반증주의를 통해서 과학과 비과학을 구분하려고 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반증주의는 반증을 할 수 있어야 과학이라는 것입니다. 반증주의는 검증주의, 또는 실증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보통 어떤 이론은 그것의 증거가 있으면 그 증거에 의해서 뒷받침되고, 증거가 많을수록 그 이론의 신뢰도가 더 높아진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리고 이렇게 경험을 통한 사례를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을 과학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포퍼는 이것에 대해 반대합니다. 아무리 증거가 많아도 명제나 이론을 믿을만하다고 판단하지 못할 수도 있고 이런 것을 과학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귀납 추론에는 오류가 있을 가능성..

철학하나 2021.05.04

[철학하나] 하이데거의 걱정Angst과 염려Sorge 구분

실존주의가 이해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존재 방식은 불안으로 대표될 수 있습니다. 하이데거는 “세상에-있는-존재” (Being-in-the-world)로서 인간의 기본적인 존재 방식을 걱정(Angst)이라고 단언합니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걱정은 두려움과 구별되는 말로 두려움은 두려움의 대상이 존재하는 반면에 걱정은 그 대상이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귀신을 두려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귀신을 걱정하지는 않죠. 하지만 우리나라 말로 걱정은 그 대상을 갖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시험을 걱정하거나 연로하신 부모님을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언어 사용에서 걱정의 대상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철학자가 쓰는 말은 원어 그대로 외워둘 필요가 있는 단어가 있습니다. 여기서 걱정..

철학하나 2021.05.03

[철학하나] 데카르트의 이원론

실체이원론 Substance Dualism & 속성이원론 Property Dualism 현대인들은 데카르트(1596~1650)의 이원론을 낡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이나 과학자들도 데카르트의 이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냥 오래된 하나의 가설로서 이제는 용도 폐기된 이론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종의 유물론에 기반한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물론은 세상을 구성하는 것은 오직 물질이라는 관점이죠. 극단적인 유물론자들은 데카르트가 말하는 정신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정신은 단지 뇌의 작용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인 유물론자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생각하고 상상하고 감각하는 대부분의 작용이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현대인들은..

철학하나 2021.04.29

[R2021-4]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_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 분당성화감리교회 청년들과 함께 독서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 읽은 네 번째 책입니다. 이 책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히말라야 인근에 있는 라다크 지방에 머물면서 그들의 삶의 방식을 관찰하여 서술한 글입니다. 라다크는 고산 지방이어서 기후가 좋지 않고 주변 환경이 척박하여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어려운 곳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라다크의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을 개척하여 오랫동안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누려 왔습니다. 이 책의 제목인 "오래된 미래"처럼 헬레나는 라다크 사람들의 오래된 생활방식이 우리 미래의 생활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함께 읽기로 했기 때문에 이 책을 빌려서 읽기 시작했는데 별다르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 어때? 2021.04.19

[책읽기] 우연이 다일까?_자크 모노 "우연과 필연"

우연과 필연, 자크 모노/김진욱 옮김 (범우사, 1996) 자크 모노(1910-1976)는 프랑스의 분자생물학자로서 1965년에 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특이한 이력으로, 모노는 세계대전 당시에 레지스탕스 운동을 지도했다고 하는군요. 1971년에 나온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은 분자생물학의 관점에서 진화를 설명한 명저입니다. 이 책은 다소 어렵고 딱딱하지만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수십만 부가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기이한 일입니다. 여하튼 이 책의 영향력은 대단해서 다윈의 진화론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제목은 "우연과 필연"이지만 주장의 내용은 온전히 '우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자크 모노는 분자생물학의 관점에서 DNA의 복제 과..

이 책 어때? 2021.04.07

[고전의세계] 온몸으로 투표하라_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도서출판 이레, 1999)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시민의 불복종"은 제가 전에도 한 번 서평을 했던 책입니다. 그러나 좋은 책은 여러 번 읽어도 좋아야 진짜 좋은 책입니다. "시민의 불복종"은 좋은 책입니다. 19세기에 나온 책인데요. 아직도 우리 시대를 앞서 가고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책입니다. "시민의 불복종"이 좋은 글인 이유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1817-1862)는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었기 때문이죠. 소로우는 19세기에 태어나고 죽었지만 21세기에 어울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만큼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19세기의 사람들은 소로우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소로우는 출세하는 것보다는 그저 자신만의 인생을..

이 책 어때? 2021.03.31

[신학노트] 언어는 실재에 참여한다_상징과 기호, 그리고 신화

언어는 실재에 참여합니다. 모호한 진술 같지만 실제 사례를 생각해 보면 금방 수긍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짜장면을 먹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짜장면을 먹을 때 그냥 아무 말 없이 먹는 것과 "맛있다"고 말하면서 먹는 것과는 다릅니다. 혹은 누군가로부터 "이 짜장면 진짜 맛있지?"라는 말을 들으면서 먹는 것과 그냥 먹는 것과는 다릅니다. 혹은 이런 말을 들으면서 먹으면 어떨까요? "이 짜장면의 면발이 너무 탱탱해서 마치 갓 잡아 올린 살아 있는 낙지의 다리를 씹는 것 같아." 이런 말을 들으면서 짜장면을 먹는 것과 아무런 말 없이 짜장면을 먹는 것과는 다릅니다. 똑같은 짜장면을 먹는 데도 말이죠. 기분과 느낌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만, 언어로 인해서 인간이 자신의 감각으로 느끼는 실재에 대한 느낌..

신학자의 노트 2021.03.15

[책알림] 과학은 신학의 친구_존 폴킹혼 "과학으로 신학하기"

폴킹혼은 물리학자이면서 신학자입니다. 신학을 하다가 물리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 물리학을 하다가 신학을 공부한 사람입니다. 흔하지 않은 이력입니다. 종교와 과학 사이의 학제 간 연구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그중에서 물리를 전공했던 이력을 가진 사람은 더 희박하죠. 그런 면에서 저는 폴킹혼에게 관심이 많이 있었습니다. 제가 물리에 워낙 관심이 많았고 현대 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위해서 물리학의 지식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폴킹혼의 책은 큰 감명을 주거나 또는 특별하게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좀 별로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아닙니다. 폴킹혼이 쓴 책 중에 가장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과학으로 신학하기"라는 제목을 봤을 때 처음 딱 드는 생각은 '과학으로 신학하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

이 책 어때? 2021.03.08

여행이 모독이 될 수도 있다_박완서 "잃어버린 여행가방"

"잃어버린 여행가방"은 박완서 작가의 기행 산문집입니다. 책의 제목만 보면 여행에서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를 묶어서 낸 가벼운 기행 산문집일 것 같은데요. 책의 내용은 가볍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가볍게 시작하기는 하는데 점점 무거워지고요. 종반부에 이르면 한 발 한 발 떼기가 버거울 정도입니다. 여행에서 생긴 일 중심이라기보다 작가의 생각이 중심인 기행문입니다. 이 책 속에 소개된 "잃어버린 여행가방"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는 제목 그대로 여행 중에 잃어버린 여행가방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더불어서 잃어버린 여행가방을 경매에 부쳐서 사람들에게 파는 항공사에 대한 이야기도 재밋거리로 첨가를 하고 있고요. 보통의 기행문이라면 여행가방을 잃어버려서 생긴 웃긴 일들, 혹은 황당한 일들이나 곤혹스..

이 책 어때? 2021.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