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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단편소설] 에드거 앨런 포 "어셔가의 몰락"_수수께끼 같은 소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은 당황스럽다. 가끔 글을 읽다 보면 작가가 제정신인가, 하고 궁금할 때가 있는데 포의 소설도 살짝 그런 느낌을 준다. 살짝이라고 말한 이유는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섬세한 묘사나 치밀한 구성을 가진 소설이 분명히 말하고 싶은 바가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포의 소설은 범상치 않다. 그런데 그의 소설이 과연 위대한가에 대해서는 '글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대의 미국 사람들은 그의 위대함을 발견하지 못했고 후대의 미국인들도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프랑스 작가들에 의해서 포는 재발견되었고 그의 작품은 '미와 전율'이라는 문구와 함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고 한다. 솔직히 나는 포의 작품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던 미국 사람들과 비슷하다. 잘 모르겠다. 미와 전..

세계단편소설 2023.09.19

[책]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1959)_사랑을 믿지 않는 폴

사강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를 통해서였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자신을 조제라고 부르라고 한다. 하지만 원래 이름은 쿠미코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을 읽고 나서 조제라는 그 소설의 여주인공 이름이 마음에 들어 자신을 조제라고 부르라고 한다. 나는 사강이 유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좋은 소설의 인상 깊은 문구 때문에 영화에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프랑수아즈 사강은 유명한 사람이었다. 사강은 아주 젊었을 때 쓴 소설이 성공해서 유명세를 탔고 그뿐만 아니라 문제아 같은 행동을 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청소년이라면 어려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강은 그렇지 않았다. 마약 투여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에도 사강은 당..

이 책 어때? 2023.08.22

[책]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_우리 잘 살고 있는 걸까?

피츠제럴드가 쓴 "위대한 개츠비"는 제목에 들어간 위대한great이라는 단어 덕분인지 위대한 소설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나면 두 가지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첫째는, 개츠비가 왜 위대하지?, 라는 질문이고, 둘째는 왜 "위대한 개츠비"가 위대한 소설이지?, 라는 질문이다. 첫 번째 질문도 대답하기 어렵고 두 번째 질문도 쉽지 않다. 보통 사람들이 읽기에는 둘 다 납득할 수 없다. 개츠비고 위대하지 않고 이 소설도 그리 위대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랬는지 1925년에 출판된 "위대한 개츠비"는 출판 당시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이전에 출판에 피츠제럴드의 작품은 모두 다 성공했는데 "위대한 개츠비"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독자들이 수긍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많은 사..

이 책 어때? 2023.08.18

[책] 레비나스 "시간과 타자"_시간의 존재 이유

레비나스의 "시간과 타자"는 다섯 번 정도 읽은 것 같다. 욕심껏 읽었던 이유는 첫째 레비나스를 이해하고 싶어서였고 둘째 그나마 다른 책보다는 훨씬 얇기 때문이었다. 레비나스의 "시간과 타자"는 "시간과 타자"라는 제목으로 네 번에 걸쳐 파리에 있는 카르티에 라탱 복판에 있는 장 발의 '철학학교'에서 1946-1947년에 한 강의를 속기로 기록한 책이다. 원래 1948년에 출판되었는데 아마도 절판되었다가 1979년에 다시 출판하면서 레비나스가 서문을 다시 썼다. 1948년에 나온 책과 다른 점은 30년을 더 공부하고 연구한 이후에 레비나스가 붙인 서문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30년 간 학문의 발전이 있었을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고쳐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지만 레비나스는 고쳐 쓰는 일을 포기했다..

이 책 어때? 2023.08.16

[책] 재발명된 공산주의를 꿈꾸며_슬라보예 지젝 "팬데믹 패닉"

슬라보예 지젝/강우성 옮김 "팬데믹 패닉" (서울: 북하우스, 2020) https://youtu.be/lKcX47kvgik 슬라보예 지젝은 참 할 말이 많은 사람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지젝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면서 신학자들보다 성경의 내용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점도 특이하고요. 이 책은 코로나19가 인간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그 의미를 파악하려는 책입니다. 사실 코로나19만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우리가 심각하고 인식하고 있는 기후 변화도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극적입니다. 지구가 인류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렇게 살면 조만간 다 죽는다"입니다. 코로나19가 주는 메시지도 비슷한 맥락..

이 책 어때? 2023.08.12

[책]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1847)_나의 복수를 기대해!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김종길 옮김 (민음사, 2005) 영국의 소설가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e, 1818-1848)가 남긴 유일한 작품 "폭풍의 언덕"(1847)은 히스클리프Heathcliff와 캐서린 언쇼Catherine Earnshaw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사망 연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에밀리 브론테는 "폭풍의 언덕"만을 남긴 채 30세에 요절했다. 29세에 인류 문화유산으로 남을 만한 문학 작품을 남긴 에밀리 브론테. 만약에 에밀리 브론테가 더 오래 살았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약 200년 전에 나온 "폭풍의 언덕"은 지금 읽어도 하나도 촌스럽지 않다. 흥미진진한 추리 소설처럼 몰입감을 주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폭풍의 언덕"의 최대 장점은 캐릭터의 ..

이 책 어때? 2023.03.03

[시] 존 던 "사랑의 식단 조절"_나의 사랑은 다이어트 좀 해야 해

사랑의 식단 조절 나의 사랑은 너무나 육중해 다루기 힘들고 무척이나 거추장스럽게 비대해졌으리라. 만일 내가 그 사랑을 줄여 균형을 맞추려고 식단을 조절하고, 사랑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리 분별'이란 식사를 시키지 않았더라면. 한편으론 내 운명과 잘못에서 비롯하는 한숨을 나는 하루에 한 번 이상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때때로 그가 은밀하게 내 애인의 가슴에서 여성의 한숨을 끌어내어 그것으로 포식할 생각을 하면, 나는 그에게 알려 주었다. 그 한숨은 순수한 것도, 나를 그리워하는 것도 아니라고. 만일 그가 내 눈물을 짜내면, 나는 그 눈물을 경멸이나 수치로 짜게 절여, 그에게 영양분이 되지 않게 했다. 만일 그가 그녀의 눈물을 빨면, 나는 그에게 알려 주었다. 그가 빤 것은 눈물이 아니며, 그가 ..

시그리고시 2023.03.01

[철학하나] 하이데거의 "불안"_불안 is good?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이종만 옮김, 까치, 1998) 제40절 현존재의 한 탁월한 열어 밝혀져 있음인 불안이라는 근본적 처해 있음 p.251-260 하이데거는 불안을 "하나의 탁월한 처해 있음"(a state-of-mind which is distinctive)이라고 주장한다. 영어 번역과 한국어 번역이 많이 다른데 그만큼 하이데거의 철학 개념은 다양하게 해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처해 있음'이라는 말은 일종의 정신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처해 있음'이라는 말은 이 말에서도 대충 짐작할 수 있듯이 인간이 처한 상황이나 일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불안은 하나의 현상이다. 영어 번역에서는 '탁월한'이라는 의미보다는 눈에 띄는 정도로 번역했는데 '탁월한'이라는 번역도 괜찮은 것 같다. 왜냐하면 하이데..

철학하나 2023.02.28

[철학하나] 하이데거의 "빠져 있음"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제38절 빠져 있음과 내던져져 있음 (이종만 옮김, 까치, 1998) p.240-246 인간은 거기있는 존재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Dasein이라고 표현하는데 우리말로는 현존재라고 번역한다. 이 한 문장을 쓰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드는 것은 일단 하이데거가 말하는 Dasein이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인간이라는 말은 독립된 개인을 의미하는 말로 받아들이기 쉬운데, 그래서 그런지 하이데거는 인간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Dasein이라고 쓴다. Dasein은 거기 있는 존재이다. 개별 존재가 아니라 세계 속에 있는 존재이고 세계 속에 던져진 존재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존재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현존재에서 '현..

철학하나 2023.02.22

[시] 존 던 "그림자에 대한 강의"_열두 시에 멈춰라

그림자에 대한 강의 가만히 서 있어요, 사랑하는 이여, 당신에게 사랑의 철학에 대해 강의를 하겠소. 이곳을 거닐며 우리가 보낸 세 시간 동안 우리 스스로가 만든 두 개의 그림자가 우리를 따라다녔지요. 하지만 해가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있는 지금 우리는 그 그림자들을 밟고 있고, 그래서 모든 사물들이 아주 또렷해졌지요. 그처럼 우리의 어린 사랑이 커 가는 동안 우리에게서 가식과 그늘이, 그리고 조심성이 생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지요. 남들이 볼까 언제나 노심초사하는 사랑은 가장 높은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이랍니다. 우리의 사랑이 정오인 지금 멈추지 않으면 우리는 반대편에 새 그림자를 만들게 될 겁니다. 남들이 못 보게 하려고 첫 그림자들이 만들어졌으니, 이후에 생기는 이 그림자들은 우리에게 작용해, 우리..

시그리고시 2023.02.16

[책]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_Pride가 있으면 편견도 생기기 마련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윤지관, 전승희 옮김 (민음사, 2003년) 제인 오스틴(1775-1817)이 쓴 "오만과 편견"(1813년 작품)은 가장 유명한 영문학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영국 사람이 쓴 소설을 단 한 권만 읽는다면 어떤 소설을 고를 것이냐고 묻는다면, 개인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가장 많은 사람이 고를 만한 소설이 바로 이 "오만과 편견"이다. 재벌이 평범한 아가씨와 결혼하는 흔해 빠진 이야기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가볍게 볼 소설은 아니다. 물론 줄거리는 그렇다. 상당한 재산가인 다아시가 중산층 계급인 베넷 가의 엘리자베스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가볍게 볼 소설이 아닌 이유는 "오만과 편견"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또는 영화의 원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에 ..

이 책 어때? 2023.02.15

[책] 허먼 멜빌 "모비딕"_죽이려고 아니면 죽으려고?

모비딕이라는 제목이 내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백경이라는 제목은 많이 들어본 것 같다. '백경'이라는 제목은 전혀 읽고 싶지 않은 제목이다. 차라리 '흰고래'라고 했다면 훨씬 더 상상력을 자극했을 것 같다. 꽤나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백경'이라는 제목으로 허먼 멜빌(1819-1891)의 소설이 알려졌던 것 같다. 나는 멜빌의 모비딕을 이제야 읽고 싶어졌는데 이유는 알베르 카뮈 때문이었다. 카뮈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소설이 모비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이 오래된 소설, 고래를 잡는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카뮈는 실력 있는 소설가이기 때문에 그의 취향은 독특할 수도 있다. 그래서 모비딕을 읽고 싶기도 했지만 머뭇거렸다. 또 한 번의 계기가 있었다. 바로 스타벅이라는 소설 속 인물. 우연히 성..

이 책 어때? 2023.02.10

[시]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 눈을 못 보게 하여도" (1901)_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내 눈을 못 보게 하여도 내 눈을 못 보게 하여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어요 내 귀를 막아도 당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요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어요 입이 없어도 당신을 부를 수 있어요 팔을 부러뜨려도 당신을 붙잡을 것이니 마치 손으로 하듯 심장으로 할 거예요 심장을 멈추게 하면 뇌가 고동칠 것이고 당신이 나의 뇌에 불을 놓으면 당신을 내 피에 담아 흐르게 할 거예요. 사랑을 어떻게 멈추게 할 수 있을까? 그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면 아무것도 그것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멈출 수 있는 사랑을 사랑이라고 부르지 말자. 그대가 나에게 해를 가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대를 사랑할 것이니. 그대가 나를 파괴해도 내 피에 그대를 담을 것이니. 그대가 나를 파괴하더라도 내 사랑을 파괴할 수는 없다. 사랑은 그..

시그리고시 2023.02.09

[시] 괴테 "내 곁에 있는 당신"(1796)_그대가 없어도 생각하고 보고 듣는다

내 곁에 있는 당신 당신을 생각합니다. 바다의 태양이 희미하게 비칠 때면 당신을 생각합니다 은은한 달빛이 샘물에 그려질 때면 당신의 모습을 봅니다 멀리 길 위에 먼지가 일 때면 한밤중 좁은 오솔길에 나그네의 모습이 어른 거릴 때면 당신의 음성을 듣습니다 거친 소리를 내며 파도가 몰아칠 때면 고요한 숲속을 귀 기울이며 거닙니다 모든 것이 침묵할 때면 당신이 아주 멀리 있어도 나는 당신 곁에 있고 당신의 내 곁에 있습니다! 해가 지니 곧 별이 나를 비출 텐데 아, 당신이 여기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태양의 집은 바다이다. 아침에 되면 바다에서 뛰어올라온다. 하루종일 바깥에서 놀다가 밤이 되면 다시 바다로 들어간다. 바다의 태양이 희미하게 비칠 때는 태양이 집에서 나오는 순간 또는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시그리고시 2023.02.07

[세계단편소설] 니콜라이 고골 "외투"_기시감이 드는데, 왜일까?

니콜라이 고골 (1809-1852)이 쓴 단편소설 "외투"는 외투로 인해 발생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841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관료주의 안에서 자신의 역할보다는 권력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의 진상 짓을 꼬집고 가난한 자들이 비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소설이다. 그렇지만 아주 심각한 어투로 쓴 소설은 아니고 판타지적인 요소도 있고 유머도 있다. * 줄거리 아카키에비치는 9등급 관리로 살아가고 있는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하지만 윗사람에게 아부할 줄도 모르고 요령도 피울 줄 몰라서 출세할 가능성도 별로 없고 돈을 모을 뾰족한 방법도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면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아카키에비치에게는 한 가지 커다란 고민이 생겼는데..

세계단편소설 2023.02.06

[시] 칼릴 지브란 "사랑은 아픔을 위해 존재합니다"_사람은 사랑을 위해

사랑은 아픔을 위해 존재합니다 사랑이 그대를 손짓하여 부르거든 따르십시오. 비록 그 길이 어렵고 험하다 해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품을 때에는 몸을 맡기십시오. 비록 사랑의 날개 속에 숨은 아픔이 그대에게 상처를 준다 해도 사랑이 그대에게 말하거든 그를 믿으십시오. 비록 사랑의 목소리가 그대의 꿈을 모조리 깨뜨려놓을지라도 왜냐하면 사랑은 그대에게 영광의 왕관을 씌워주지만 또한 그대를 십자가에 못 박는 일도 주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그대의 성숙을 위해 존재하지만 그대를 아프게 하기 위해서도 존재한답니다. 사랑은 햇빛에 떨고 있는 그대의 가장 연한 가지들을 어루만져주지만 또한 그대의 뿌리를 흔들어대기도 한답니다. 삶의 무게가 버겁더라도 바닥에 붙어 있지 말자. 인간은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살도록 태..

시그리고시 2023.02.01

[세계단편소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_두 시간 뒤에 당신은 수많은 웃음별을 가지게 된다

소설을 좋아하지 않던 나의 어린 시절에 "어린 왕자"는 좀 달랐다. 나는 내가 왜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종종 생각해 본다. 책을 읽을 때 나의 자세는 항상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주로 지식을 얻기 위해서 또는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 책을 읽었다. 그래서 소설은 내게는 시간 낭비 같은 독서였다. 소설 속 그들의 삶이 내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내게 "어린 왕자"가 달랐던 이유는 삶의 교훈을 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단 내 생각이랑 잘 맞았다. 아마도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은 아직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내 안에 있는 것이 세상..

세계단편소설 2023.01.31

[시] 셰익스피어 "그대는 내게서 본다"_헤어질 준비

제목: 그대는 내게서 본다 찬바람에 흔들리는 저 나뭇가지에 몇 잎 누런 잎새 앙상한 계절을 그대는 내게서 본다. 엊그제 아름다운 새들 노래했건만 지금은 폐허된 성당 또한 내게서 본다. 만물을 휴식 속에 감싸는 제2의 죽음인, 검은 밤이 서서히 데려가는 석양이 서산에 파리하게 진 후의 황혼을 그대는 내게서 본다. 청춘을 키워준 열정에 그만 활활 불타 죽음처럼 사그라진 그 젊음의 잿더미 속에 가물거리는 청춘의 잔해를 내게서 보았거든, 그대 날 사랑하는 마음 더욱 강해지거라. 머지않아 그댄 내게서 떠나야 할 사람이거든. 셰익스피어가 쓴 시는 처음 읽어 본다. 극작가이기는 했지만 시도 썼을 것 같기는 한데, 어쨌든 처음 읽어 본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그대가 내게서 보는 것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시그리고시 2023.01.30

[한국단편소설] 공지영 "고독"_고독할 수 없어서 고독한 사람

공지영 작가가 1999년에 쓴 "고독"은 평범한 한 여자의 일상과 생각을 적고 있다. 결혼하고 두 명의 어린 자녀를 둔 한 엄마의 이야기이다. 자녀들은 아직 어리고 남편은 직장인이고 형편은 그리 넉넉하지 못해서 아껴서 살아가는 보통 가정 주부의 이야기이다. 좀 특별하다면 이 여자는 아빠가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고 만난 적도 없다. 이 여자의 엄마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고 그 남자가 말도 없이 사진도 한 장 남기도 떠나지 않아서 엄마와 단 둘이 살다가 엄마가 재혼을 해서 여동생이 하나 생겼다. 의붓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으나 그 역시도 황망하게 세상을 떠나서 소설 속 주인공 그녀의 말로는 성이 다른 세 사람이 살게 되었다는 것이 평범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녀도 그녀의 동생도 결혼을 해서 ..

한국단편소설 2023.01.29

[시] 드라이든 "사랑"_사랑과 시간을 아껴 쓰라

아, 사랑은 얼마나 감미로운가. 아, 젊은 욕망은 얼마나 즐거운가! 처음 사랑의 불에 다가서면 즐거운 아픔을 느낀다! 사람의 아픔은 모든 다른 기쁨보다 훨씬 감미롭다. 애인들이 내쉬는 한숨은 조용히 가슴을 부풀게 한다. 홀로 흘리는 눈물도 흐르는 향유처럼 그 아픔을 낫게 한다. 숨결 잃은 애인들도 아무 괴로움 못 느끼며 피 흘리며 죽는다. 사랑과 시간을 아껴 쓰라. 떠나는 벗처럼 대하라. 청춘에 주어지는 황금빛 선물을 마다하지 마라. 해마다 그 값은 더해 가고 전만큼 단순치 않으니. 봄철의 밀물처럼 가득하고 높은 사랑은 젊은 핏줄마다 용솟음친다. 그러나 조수마다 공급을 줄이고 드디어 그 선물을 다해 버린다. 노년에 홍수가 일지라도 그것은 단지 빗물, 깨끗이 흐르지 못한다. 존 드라이든(1631-1700)..

시그리고시 2023.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