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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괴테 "내 곁에 있는 당신"(1796)_그대가 없어도 생각하고 보고 듣는다

내 곁에 있는 당신 당신을 생각합니다. 바다의 태양이 희미하게 비칠 때면 당신을 생각합니다 은은한 달빛이 샘물에 그려질 때면 당신의 모습을 봅니다 멀리 길 위에 먼지가 일 때면 한밤중 좁은 오솔길에 나그네의 모습이 어른 거릴 때면 당신의 음성을 듣습니다 거친 소리를 내며 파도가 몰아칠 때면 고요한 숲속을 귀 기울이며 거닙니다 모든 것이 침묵할 때면 당신이 아주 멀리 있어도 나는 당신 곁에 있고 당신의 내 곁에 있습니다! 해가 지니 곧 별이 나를 비출 텐데 아, 당신이 여기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태양의 집은 바다이다. 아침에 되면 바다에서 뛰어올라온다. 하루종일 바깥에서 놀다가 밤이 되면 다시 바다로 들어간다. 바다의 태양이 희미하게 비칠 때는 태양이 집에서 나오는 순간 또는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시그리고시 2023.02.07

[세계단편소설] 니콜라이 고골 "외투"_기시감이 드는데, 왜일까?

니콜라이 고골 (1809-1852)이 쓴 단편소설 "외투"는 외투로 인해 발생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841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관료주의 안에서 자신의 역할보다는 권력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의 진상 짓을 꼬집고 가난한 자들이 비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소설이다. 그렇지만 아주 심각한 어투로 쓴 소설은 아니고 판타지적인 요소도 있고 유머도 있다. * 줄거리 아카키에비치는 9등급 관리로 살아가고 있는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하지만 윗사람에게 아부할 줄도 모르고 요령도 피울 줄 몰라서 출세할 가능성도 별로 없고 돈을 모을 뾰족한 방법도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면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아카키에비치에게는 한 가지 커다란 고민이 생겼는데..

세계단편소설 2023.02.06

[시] 칼릴 지브란 "사랑은 아픔을 위해 존재합니다"_사람은 사랑을 위해

사랑은 아픔을 위해 존재합니다 사랑이 그대를 손짓하여 부르거든 따르십시오. 비록 그 길이 어렵고 험하다 해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품을 때에는 몸을 맡기십시오. 비록 사랑의 날개 속에 숨은 아픔이 그대에게 상처를 준다 해도 사랑이 그대에게 말하거든 그를 믿으십시오. 비록 사랑의 목소리가 그대의 꿈을 모조리 깨뜨려놓을지라도 왜냐하면 사랑은 그대에게 영광의 왕관을 씌워주지만 또한 그대를 십자가에 못 박는 일도 주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그대의 성숙을 위해 존재하지만 그대를 아프게 하기 위해서도 존재한답니다. 사랑은 햇빛에 떨고 있는 그대의 가장 연한 가지들을 어루만져주지만 또한 그대의 뿌리를 흔들어대기도 한답니다. 삶의 무게가 버겁더라도 바닥에 붙어 있지 말자. 인간은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살도록 태..

시그리고시 2023.02.01

[세계단편소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_두 시간 뒤에 당신은 수많은 웃음별을 가지게 된다

소설을 좋아하지 않던 나의 어린 시절에 "어린 왕자"는 좀 달랐다. 나는 내가 왜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종종 생각해 본다. 책을 읽을 때 나의 자세는 항상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주로 지식을 얻기 위해서 또는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 책을 읽었다. 그래서 소설은 내게는 시간 낭비 같은 독서였다. 소설 속 그들의 삶이 내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내게 "어린 왕자"가 달랐던 이유는 삶의 교훈을 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단 내 생각이랑 잘 맞았다. 아마도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은 아직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내 안에 있는 것이 세상..

세계단편소설 2023.01.31

[시] 셰익스피어 "그대는 내게서 본다"_헤어질 준비

제목: 그대는 내게서 본다 찬바람에 흔들리는 저 나뭇가지에 몇 잎 누런 잎새 앙상한 계절을 그대는 내게서 본다. 엊그제 아름다운 새들 노래했건만 지금은 폐허된 성당 또한 내게서 본다. 만물을 휴식 속에 감싸는 제2의 죽음인, 검은 밤이 서서히 데려가는 석양이 서산에 파리하게 진 후의 황혼을 그대는 내게서 본다. 청춘을 키워준 열정에 그만 활활 불타 죽음처럼 사그라진 그 젊음의 잿더미 속에 가물거리는 청춘의 잔해를 내게서 보았거든, 그대 날 사랑하는 마음 더욱 강해지거라. 머지않아 그댄 내게서 떠나야 할 사람이거든. 셰익스피어가 쓴 시는 처음 읽어 본다. 극작가이기는 했지만 시도 썼을 것 같기는 한데, 어쨌든 처음 읽어 본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그대가 내게서 보는 것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시그리고시 2023.01.30

[한국단편소설] 공지영 "고독"_고독할 수 없어서 고독한 사람

공지영 작가가 1999년에 쓴 "고독"은 평범한 한 여자의 일상과 생각을 적고 있다. 결혼하고 두 명의 어린 자녀를 둔 한 엄마의 이야기이다. 자녀들은 아직 어리고 남편은 직장인이고 형편은 그리 넉넉하지 못해서 아껴서 살아가는 보통 가정 주부의 이야기이다. 좀 특별하다면 이 여자는 아빠가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고 만난 적도 없다. 이 여자의 엄마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고 그 남자가 말도 없이 사진도 한 장 남기도 떠나지 않아서 엄마와 단 둘이 살다가 엄마가 재혼을 해서 여동생이 하나 생겼다. 의붓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으나 그 역시도 황망하게 세상을 떠나서 소설 속 주인공 그녀의 말로는 성이 다른 세 사람이 살게 되었다는 것이 평범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녀도 그녀의 동생도 결혼을 해서 ..

한국단편소설 2023.01.29

[시] 드라이든 "사랑"_사랑과 시간을 아껴 쓰라

아, 사랑은 얼마나 감미로운가. 아, 젊은 욕망은 얼마나 즐거운가! 처음 사랑의 불에 다가서면 즐거운 아픔을 느낀다! 사람의 아픔은 모든 다른 기쁨보다 훨씬 감미롭다. 애인들이 내쉬는 한숨은 조용히 가슴을 부풀게 한다. 홀로 흘리는 눈물도 흐르는 향유처럼 그 아픔을 낫게 한다. 숨결 잃은 애인들도 아무 괴로움 못 느끼며 피 흘리며 죽는다. 사랑과 시간을 아껴 쓰라. 떠나는 벗처럼 대하라. 청춘에 주어지는 황금빛 선물을 마다하지 마라. 해마다 그 값은 더해 가고 전만큼 단순치 않으니. 봄철의 밀물처럼 가득하고 높은 사랑은 젊은 핏줄마다 용솟음친다. 그러나 조수마다 공급을 줄이고 드디어 그 선물을 다해 버린다. 노년에 홍수가 일지라도 그것은 단지 빗물, 깨끗이 흐르지 못한다. 존 드라이든(1631-1700)..

시그리고시 2023.01.27

[책]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1975)_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저자를 알지도 못했고 제목도 처음 들어 본 책이었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 낡은 책은 내 손을 끌어당기는 것 같다. 그래서 책을 들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초반에 거부감 없이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런 책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 책은 프랑스 소설이 아닌가. 우리에게 친숙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금방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작가의 재주이다. 아마도 소설 속 주인공 화자가 10대의 소년이라서 그의 말이 어렵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던 것 같다. 그리고 소설 속 '나'는 10대 일지 모르나 작가는 훨씬 더 나이가 든 사람이기 때문에 10대의 말투를 가진 아저씨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말은 쉽고 말에 담긴 뜻은 깊었다. "자기 앞의 생"은 ..

이 책 어때? 2023.01.27

[책] 스티븐 제이 굴드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_우연의 힘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은 일반인이 읽기에는 좀 버거운 책이다. 진화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과 설명을 다루어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아주 전문적인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버제스 혈암에 관한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데 진화론 학자나 생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보편적인 것일지도 모르나 일반인에게는 들어도 들어도 생소한 이름이다. 제목으로 봐서는 아주 재밌을 것 같은데 내용이 꽤나 복잡하고 전문적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정말 유명한 생물학자이다. 책 앞날개에 나온 소개를 인용하자면 굴드는 "찰스 다윈 이후 가장 잘 알려진 생물학자"이다. 우리나라에서보다 미국에서 훨씬 유명한 생물학자이며 매스컴도 많이 탄 사람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매우 친숙한 인물이다...

이 책 어때? 2023.01.24

[책] 안토니오 다마지오 "느낌의 진화"_느낌이 모든 것을 이끌었다

제목이 아주 흥미롭다. "느낌의 진화"라... 느낌이 있는 제목이다. 책에서는 저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를 심리학자로 소개하고 있지만 다양한 학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인 것 같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의 교수 겸 뇌과학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면서 신경과 전문의이고 신경과학자이기도 하다. 책을 읽어 보니, 심리학자라는 칭호보다는 신경과학자라는 칭호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저자 소개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다마지오가 꽤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디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마구 서술한 것이 아니라 학자의 글이기 때문에 이 책은 꽤 믿을 수 있는 책이다. 원제는 The Strange Order of Things: Life, Feeling, and the Making of Cultures..

이 책 어때? 2023.01.18

[책] 스티븐 제이 굴드 "다윈 이후"_진화론에 대한 정확한 설명

스티븐 제이 굴드의 "다윈 이후"는 다윈의 이론을 제대로 설명한 책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은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건들을 진화론의 관점에서 해석한 에세이를 담고 있다. 굴드는 이 책에 있는 온갖 이질적인 에세이들은 다윈의 생물관을 탐색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11) 이 책에 나온 여러 글은 1974년부터 1977년까지 "이러한 생물관"이라는 제목으로 Natural History Magazine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 놓은 것이다. 오래전 글이어서 재미없을 것 같지만 굴드는 어려운 이론을 재밌게 하는 재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글재주는 믿어도 괜찮다. 굴드는 이 책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실 다윈의 진화론은 심각하게 오해되어 왔다. 특별히 다윈의 ..

이 책 어때? 2023.01.06

[책]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_그래서 인간이 어떻게 된다고?

https://youtu.be/w_QbOY4vixI 꽤나 유명한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베스트셀러에 대한 이상한 거부감 때문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제목 때문에 끌렸다. 호모 데우스라... 신인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신적 인간? 호모 사피엔스의 다음을 예언하겠다는 것 같은데 꿈이 거대해서 좋다.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이다. 호모 사피엔스 다음에 인간은 어떻게 될 것인가? 호모 데우스의 부제는 "미래의 역사"이다. 미래는 예측해야 하는 것이라 역사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한데 이렇게 유명한 작가의 책은 제목은 아무렇게나 지어도 큰 상관이 없다. 모순이면 어떠한가, 작가가 유명한데. 다들 작가의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펼 것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렸다. 일단 책을 펼치기 전에..

이 책 어때? 2023.01.06

[책] 찰스 다윈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_아직도 다윈에게는 배울 것이 많다

다윈의 "종의 기원"은 1859년에 나온 책이다. "종의 기원"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책이다. 다윈이 아니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비슷한 책을 냈을 것 같기는 한데 19세기에 인류가 얻는 가장 큰 지식은 진화론이 아닐까 싶다. 그 정도로 "종의 기원"은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책이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인간이 하등의 유인원에서 진화되었다는 주장을 직접 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대단히 조심스럽게 글을 썼다. 물론 "종의 기원"은 인간이 인간이 아닌 하등 동물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이미 간접적으로 주장했다. 인간이 하등 동물에서 진화되었다는 주장은 "종의 기원"이 발표된 지 12년 후에 출판된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1871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아주 정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이 책 어때? 2022.12.30

[한국단편소설] 박완서 "조그만 체험기"_원한이라는 미세먼지

나는 늘 읽을 만한 소설을 찾는다. 읽을 만하다는 표현을 작가들이 들으면 섭섭해할지도 모르겠다. 작품 하나를 쓰려면 꽤 많은 고민과 수고를 들여야 할 텐데, 그 노력의 산물을 몇 문장 읽어 보고 읽을 만하다 그렇지 않다고 평가를 내리는 것이 너무 매정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세상에 글은 참 많은데 읽으면 마음도 따뜻해지고 새로운 정보도 얻고 깨달음도 얻고 빛도 발견하고 그런 글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은 바라는 것이기도 하리라. 어쨌든 읽으면 도움이 되는 글을 찾고 싶다. 그래서 아직도 작가를 찾고 있다. 며칠 전에 단편 소설을 하나 읽다가 또 그만두었다. 소재는 참신한데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 인물이 있어서였다. 나는 아무리 소설이라도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

한국단편소설 2022.12.27

[한국단편소설] 이범선 "표구된 휴지"_국보급 휴지라...

1972년 에 발표한 이범선 작가의 단편 소설이다. 배경은 1960년대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생소한 주제이다. 요새는 표구를 잘 하지 않는다. 가끔 길거리에 표구집이라고 아직 남아 있기는 한데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간단히 말하면 표구는 그림이나 글씨를 액자에 넣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액자에 넣을 것이라면 왜 표구사에 맡기겠는가. 특별한 꾸밈이 있다는 말이다. 요새처럼 글자와 사진, 그림이 넘쳐나는 시대에 표구를 만들어서 집에 걸어 둔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다. 이미 기성품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고 보통은 표구로 대단히 꾸밀 만한 글이나 그림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니 제목 자체가 벌썬 옛날 느낌이 난다. 나는 제목을 보고 무슨 내용인지 정말 하나도 짐작을 못..

한국단편소설 2022.12.20

[한국단편소설] 황순원 "필묵장수"_버선과 매화

황순원의 "필묵장수"는 1955년 "현대문학"에 처음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는데 필묵장수로 나온 주인공 서노인의 삶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때문이었다. 필묵장수는 말 그대로 붓과 먹을 팔러 돌아다니는 사람을 뜻한다. 지금이야 필묵장수를 찾을 수 없지만 1950년대만 해도 필묵장수가 꽤 있었나 보다. 서노인은 원래부터 필묵장수는 아니었다. 어렸을 때 글씨공부도 많이 하고 묵화도 배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배운 것으로 통 빛을 못 봐서 결국은 생계를 위해서 필묵장수로 나섰다. 주인공 이름부터 서노인이니 얼마나 그 일을 오래 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950년대라고 하지만 필묵장수가 잘 될 리가 없다. 그러니 서노인의 삶은 궁핍했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 붓과 먹을 팔러 다..

한국단편소설 2022.12.17

[한국단편소설] 황순원 "소나기"_기억하고 싶은 세 문장

1953년 "신문학"에 발표된 황순원의 단편소설이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고 교과서에 실린 소설이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나도 매우 좋아했던 소설이고 한국 대표 단편 소설이라고 하면 첫 번째로 꼽을 정도로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대강의 줄거리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 읽어볼 시도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글 좋은 영화 좋은 그림 좋은 음악은 다시 보고 들어도 좋은 것 아닌가. 그런데 다시 잃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이 소설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좋은 느낌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염려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가치를 깨닫고 나서 좋은 소설을 찾아서 읽고 싶었는데 찾기가 쉽지 않았다. 소설은 참 많..

한국단편소설 2022.12.11

[책]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_나도 나무를 심고 싶다

도서관에서 볼 만한 책을 찾다가 좋은 제목을 가진 작은 책이 눈에 띄었다.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를 심는 일은 거의 절대적으로 좋은 일이다. 어떤 행동이 주변 상황과 상관없이 선한 행동이 되기는 매우 어렵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선한 일이지만 사람들이 조용히 공부하는 곳에서 노래를 부른다면 그 노래가 아무리 아름다운 노래라고 하더라도 선한 행동이 될 수 없다. 그런데 나무를 심는 일은 거의 늘 언제나 옳은 일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를 찾을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대환경위기를 겪고 있는 시기에 나무를 심는 일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래서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작가는 "장 지오노"라는 사람인데 모르는 사람이었다. 책을 펼쳐 보니 글자가 많지 않고 중간에 그림..

이 책 어때? 2022.11.28

[세계단편소설] 기 드 모파상 "목걸이"_허영심의 대가와 찜찜함

모파상의 "목걸이"는 찜찜한 소설이다. 예전에 읽을 때도 찜찜했는데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도 여전히 찜찜했다. "목걸이"는 허영심 많은 르와젤이라는 여인이 친구로부터 비싼 목걸이를 빌렸다가 잃어버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 일이야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목걸이가 터무니없이 비쌌다는 것이다. 그래서 르와젤과 남편은 10년 동안 그 목걸이의 빚을 갚느라 엄청난 고생을 한다. 르와젤은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이었지만 10년의 고생으로 인해 폭삭 늙어 버린다. 10년이 지난 후 르와젤은 목걸이를 빌려주었던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는 목걸이가 가짜였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이렇게 소설은 끝이 난다. 소설을 읽고 찜찜했던 이유는 모파상이 이 작품을 쓴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대충 짐작이 가고..

세계단편소설 2022.09.29

[세계단편소설] 이반 투르게네프 "밀회"_사건보다는 배경

'밀회'는 러시아 최고의 문장가라는 불리는 이반 투르게네프(1818-1883)의 단편 소설이다. 러시아 최고의 문장가라는데 왜 나는 모르고 있었을까? 투르게네프는 부유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언어를 배웠다. 특이하게도 투르게네프는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그 이후에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아마 처음에는 작가보다는 교수 쪽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1850년에 고골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썼다가 정부 당국으로부터 핍박을 받았지만 그 일로 인해서 투르게네프의 작가적 명성은 더 높아졌다. '밀회'를 처음 읽었을 때는 '뭐, 이런 시답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주인공인 '내'가 숲 속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가 일어났는데 어떤 남자와 여자가 대화하는 것을 엿듣..

세계단편소설 2022.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