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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단편소설] 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2000)_예언자 황만근

성석제 작가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2000년에 동서문학에 발표된 소설입니다. 황만근 실종 사건을 다루고 있는 소설입니다. "황만근이 없어졌다"는 첫 문장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결국 황만근은 죽어서 돌아오지만 그 사실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이 소설은 황만근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말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누가 정말 잘 살았는지 판단해 보라고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물론 작가는 황만근의 삶을 지지하죠.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소설 제목을 연상하게 하는 제목입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예언자라고 할 수 있죠. 묘한 말을 하는데, 잘 생각해보면 참 맞는 말을 하는 사람이 바로 짜라투스트라입니다. 마찬가지로 황만근도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지만 진리를 ..

한국단편소설 2022.06.10

[책] 유진 피터슨 "그 길을 걸으라"_영성이란 무엇인가?

"그 길을 걸으라"는 유진 피터슨이 쓴 영성 시리즈의 책 중 세 번째 책입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제1부는 "예수님의 길"이고 제2부는 "다른 길들"입니다. 1부에서는 예수를 비롯한 성경 속 위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설명하고 있고 2부에서는 신앙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걸은 세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총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제1부는 7개의 장, 제2부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의 제목이 "예수님의 길"이지만 예수의 삶에 대한 설명은 1장에서만 다루고 있고 나머지 장은 아브라함, 모세, 다윗, 엘리야, 이사야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분량으로 보면 두 장에 걸쳐 다루고 있는 이사야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수는 제사장보다는 예언..

이 책 어때? 2022.06.09

[한국단편소설] 임철우 "사평역"_희미하게 남은 웃음 한 조각

"사평역"은 1983년에 발표된 단편소설입니다. 사평역에서 서울 가는 마지막 완행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사평역은 시골에 있는 작은 간이역입니다. 사람들은 막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심각하게 연착이 된 상황이었습니다. 시골 간이역에서 서울 가는 완행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사연이 이 소설을 구성하는 주요한 이야기입니다. 대단한 이야기나 즐거운 사건 같은 것은 없고 모두가 아픈 사연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 지점이 없어서 그냥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고 읽어나가면 되는 소설입니다. 임철우 작가의 "사평역"은 곽재구의 "사평역에서"라는 시를 읽고 거기에 착안해서 쓴 소설이라고 합니다. 소설은 곽재구의 "사평역에서"라는 시로 시작합..

한국단편소설 2022.06.06

[시]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_박용재_"나는 살고 있는가?"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저는 요새 하도 딱딱한 글을 많이 읽어서 감성이 메말라가고 더불어서 삶 자체도 마르고 있는 것 같아서 말랑말랑한 시를 읽고 싶었습니다. 박용재 시인의 "사람은 사랑한..

시그리고시 2022.04.22

[세계단편소설] 에드거 앨런 포 "도둑맞은 편지"_무의식은 타자의 욕망이다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매우 독특한 소설가입니다. 미국 소설가 중 처음으로 유명해진 사람이라고 하는데, 살아 있을 당시에는 별다른 명성을 얻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소설은 다른 소설과는 참 달랐거든요. 그의 대표 소설 중 하나가 "검은 고양이"라는 소설인데 마치 괴담이나 무서운 이야기 같은 소설입니다. 개연성이 없는 듯한, 달리 말하면 그럴듯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에는 외면받았을 것 같습니다. "도둑맞은 편지"도 매우 독특한 형태의 소설입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랬다는 것입니다. 추리소설의 효시격인 소설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셜록 홈스 이야기나 다른 추리 소설들이 나타나기 전에 에드거 알렌 포가 이런 소설을 쓴 것입니다. * 첫문장 18xx년 가..

세계단편소설 2022.03.28

[책]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_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함께 고민하는 것까지

이미 오래전에 우리나라에서 100만 부가 넘게 팔리고 교양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봐야 하는 책으로 여겨질 수 있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저는 2022년 2월에야 읽었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저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팔리기 위한 책을 만들기 위해서 과도한 양념을 집어넣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집어넣거나 아니면 깊이가 너무 없게 쓴 수없이 많은 베스트셀러를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그래서 별로 읽고 싶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대중을 대상으로 쓴 책은 학문적 깊이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의'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별 내용이 없었다고 실망하는 서평도 본 적이 있어서 '그러면 그렇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갑자기 읽게 된..

이 책 어때? 2022.02.17

[한국단편소설] 박완서 "친절한 복희씨"_친절은 진작 끝났어야 했는데...

친절한 복희 씨라는 제목을 보고 유쾌한 이야기를 기대했다. 친절한 사람이라면 분명히 친절을 베풀 것이고 그것이 내가 직접 받는 친절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친절한 행동을 보거나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저절로 흐뭇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친절은 아무나 베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거나 사랑을 많이 받아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친절한 자세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친절한 복희 씨는 재밌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예상은 첫 문장부터 빗나갔다. 그는 멍한 눈으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멍한 눈의 주인공은 소설 속 복희 씨의 남편이다. 멍한 눈의 남자는 중풍에 걸려서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고, 이 남자를 돌보고 있는 사람은 복희 씨이다. 처음..

한국단편소설 2022.01.25

[책] 로렌스 형제 "하나님의 임재 연습"_인정하고 인식하라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프랑스의 한 수도사가 지은 책입니다. 기독교 고전 가운데 하나이죠. 유명한 책이고 많은 사람이 읽은 책입니다. 제목이 좋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제목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매우 오래된 책입니다. 초판이 1996년에 나왔고 2000년에 인쇄된 30쇄 발행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4년 만에 30쇄를 인쇄한 것을 보면 꽤 많이 팔린 책이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도서출판 두란노에서 나온 책이고요. 책 앞날개에 보면 저자에 대해서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로렌스 형제 (Brother Lawrence, 1611-1691) 프랑스 로레인 지방 니콜라스 헤르만 가에서 출생. 잠시 동안의 운동선수, 군인 생활 이후 파리 갈멜 수도회에 들어가 평생을 수도사로 생활함...

이 책 어때? 2022.01.17

[세계단편소설] 폴 빌라드 "이해의 선물"_좋은 거 하나 배웠습니다

아동 문학가이자 소설가인 폴 빌라드(1910-1974)가 쓴 단편소설입니다.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어릴 때 받은 배려가 배려인 줄 잘 몰랐는데, 내가 어른이 되어서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것이 매우 사려 깊은 친절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매우 추상적인 줄거리 요약인데,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네 살쯤 위그든 씨의 가게에 가서 버찌씨를 내고 사탕을 사 먹었다. 위그든 씨는 버찌씨를 내고 돈이 모자랄 것을 걱정하는 나에게 돈이 남는다면 거스름돈을 내어주었다. 어른이 되어 결혼한 후 열대어 가게를 연 나는 어린 남매가 들어와서 값비싼 열대어를 고른 후 겨우 20센트를 냈다. 그때 나는 위그든 씨가 나에게 했던 행동을 기억하고 그 남매에게 거스름..

세계단편소설 2022.01.12

[세계단편소설] 알퐁스 도데 "마지막 수업"_중요한 것은 결국 눈에 보인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은 마지막으로 프랑스어 수업을 받게 된 한 어린 학생의 이야기입니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으로 인해서 프랑스 국경 지방이 프로이센에게 넘어가게 되었고 그 지역에는 프랑스어 수업이 전면 금지되고 독일어 수업만을 허락했습니다. 그래서 모국어인 프랑스어 수업을 마지막으로 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재밌는 소설은 아니죠. 슬픈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고등학교 때 이 소설을 교과서에서 읽은 것 같습니다. 중학생일 때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모국어를 배우는 '마지막 수업'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슬픔의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잘 몰랐고, 무엇보다도 어려서 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당시 했던 무시무시한 짓거리 중 하나는, 시험 기..

세계단편소설 2022.01.10

[세계단편소설] 알퐁스 도데 "별"_아름다운 밤이에요

알퐁스 도데의 "별"은 중고등학교 다닐 때 다들 읽어 본 소설입니다. 그때에는 정말 지독하게도 아무런 감동이 없었습니다. 한 목동이 있고 그 목동은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아가씨를 좋아하죠. 그런데 정말 우연찮게 그 아가씨가 식량을 전해주기 위해 목동을 찾아옵니다. 아가씨는 식량을 전달하고 돌아가다가 물이 불어난 강을 건너지 못하고 물에 빠져 흠뻑 젖은 채로 다시 돌아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가씨는 목동의 처소에서 밤을 보내게 됩니다. 목동은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밖에 나와서 모닥불 옆에서 밤을 보내려고 합니다. 아가씨는 안에서 제대로 잠을 못 이루고 나와서 목동 옆에 앉습니다. 목동은 아가씨에게 별 이야기를 하고 그 와중에 아가씨는 목동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듭니다. 목동은 설레는 마음으로 뜬 눈..

세계단편소설 2022.01.05

[세계단편소설] 안톤 체호프 "우수"_소시오패스들의 세상

"우수"는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안톤 체호프가 쓴 단편소설입니다. 왜 굳이 제목을 우수라고 했을까요? 슬픔이라고 해도 될 것을. 이 소설은 요나라는 마부가 아들을 잃고 난 후에 자신의 슬픈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아무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서 나중에 말에게 그 슬픔을 토로한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온 사람들은 참 이상합니다. 요나의 아들이 죽었다고 하는데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하긴 요나도 좀 이상하기는 합니다. 마차를 타는 손님은 자신이 모르는 사람인데 자신의 아들이 죽었다고 말을 하니까요. 생판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나에게 자기 아들이 죽었다고 말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얘기를 들어주자니 모르는 사람 이야기이고 안 들어주자니 그것도 별로일 ..

이 책 어때? 2021.12.24

[세계단편소설] 기 드 모파상 "미뉴에트"_오래된 그림자 같은 춤을 추는 노부부

19세기 후반에 살았던 프랑스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의 단편 소설입니다. 모파상은 이름도 그렇고 대표작도 "여자의 일생"이어서 그런지, 여자일 것 같은데 남자입니다. 아래와 같이 생긴 사람이죠. * 줄거리 나는 임업 시험장에서 오페라단에서 무용을 가르치던 한 노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숲에서 홀로 산책을 하는 도중 관중에게 보여주는 공연을 하는 것처럼 춤을 추고는 했지요. 나는 그에게 용기를 내어 인사를 했고 그 노인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 노인은 자신의 아내를 나에게 소개해 주었고 두 사람은 함께 미뉴에트라는 무용을 직접 보여 주었습니다. 그 추억이 나에게는 두고두고 남아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미뉴에트는 소설의 화자가 목격한 한 노부부의 춤에 대한 회상입니다. 아마 젊은이들은 ..

세계단편소설 2021.12.19

[책]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_살아남는 방법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솔제니친 지음, 류필하 옮김, 소담출판사) 재밌는 글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들었는데 예상대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미국에 있을 때 한국어로 된 책을 산 것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거의 10년이나 살았지만 한국어로 된 책이 워낙 비쌌고, 전공서적이 아닌 일반책을 읽을 시간도 별로 없었고 유학생이라 돈도 별로 없었다. 그 와중에 산 책이니 기억에 남아 있기는 한 책이었다. 내가 읽고 싶어서 산 책이 아니라 아내가 읽고 싶어서 사달라고 해서 산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살 때도 뭐 이런 재미없는 제목의 책이 있을까 싶어서 책장에 모셔두고 보기만 겉모양만 구경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추천해 준 책이어서 이제는 나도 이..

이 책 어때? 2021.12.17

[철학하나] 스토아 철학(BC. 4c)_정열을 버리고 그대의 의무를 다하라

스토아 철학은 기원전 4세기에 시작된 철학이며 제논(340~265 BC)이 창시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가 있습니다. 스토아 철학은 에피쿠로스 철학과 마찬가지로 염세주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철학입니다. 에피쿠로스 철학은 어둡고 힘든 세상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를 가르치고자 한 데 반하여, 스토아 철학은 이 세상과 싸우다가 자신이 파멸되는 한이 있더라도 악과 맞서 싸울 것을 권합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늘 입에 달고 달았던 말이 바로 "하늘이 무너져도 그대의 의무를 다하여라"라는 것이었습니다.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서도 이 문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 우주여, 그대의 목적에 맞는 것은 모두 나에게도 맞는다...

철학하나 2021.12.15

[한국단편소설] 김정한 "모래톱 이야기"_욕심이냐 목숨이냐

김정한의 "모래톱 이야기"는 1966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한 소설로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로서 재미의 요소보다는 시대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데 더 중점을 둔 작품입니다. 마치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기사와 같은 소설입니다. 김정한 작가는 한동안 소설을 쓰지 않다가 오랜만에 "모래톱 이야기"라는 소설을 썼는데, 아마도 사회의 부조리한 상황을 꼭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작품을 쓴 것이 아닌지 추측해 봅니다. * 줄거리 여기서 지은이인 나는 K중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지각생들의 변명을 듣던 중 건우라는 학생이 조마이섬에서 나룻배로 통학하는 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한국단편소설 2021.12.13

[한국단편소설] 전광용 "꺼삐딴 리"_대체로 기회주의자가 살아남는다

1962년에 발표된 "꺼삐딴 리"는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입니다. 꺼삐딴 리는 기회주의자의 전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릴 때는 소설을 내가 읽는 것이 아니라 남이 읽고 평가해 놓은 대로 머릿속에 집어넣었죠. 그래서 꺼삐딴 리는 기회주의자이고 그래서 나쁜 사람 또는 별로 본받을 것이 없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글을 읽고 소화하는 방식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음식을 씹어 먹어야 하는데 남이 씹어서 내 입에 넣어 주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맛도 없고 좋은 기억도 안 남게 되죠. 꺼삐딴 리, 이번에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꺼삐딴 리, 한국어로는 이인국 박사를 과연 기회주의자로 매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의 모..

한국단편소설 2021.12.08